“장애인권리협약은 하나의 도구이자 전략적 무기가 될 것입니다. 사회를 발전시키는 하나의 인권차원의 시민운동으로 그 속에서 장애인 권리가 살아나고 모든 시민이 함께 동감한다면, 장애인 권리를 뛰어 넘어 인간의 권리, 나아가 인권문화의 뿌리가 내려질 것입니다.”

 

   
 
UN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으로 재선된 한반도국제대학원 김형식 교수는 UN 장애인권리협약이 장애인 인권을 넘어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이야기하고 정책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의미를 둔다.

 

전세계 장애인들의 존엄성과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UN 장애인권리협약.

김 위원이 재선된 장애인권리위원회는 18인의 장애인 권리 전문가로 구성되며 장애인권리협약 당사국 보고서 심사, 당사국에 대한 제안 및 권고 등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지난 10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실시된 2015~2018년 임기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 선거에서 김 위원은 9개 위원직을 두고 23인이 입후보한 가운데, 142개국 중 89개 국의 지지를 받아 재선됐다. 김 위원은 세계재횔협회 한국지부 회장과 장애인권리협약 성안 회의 한국 NGO 대표 등을 역임했고 현재 2011~2014년 임기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 위원을 만나 장애인권리협약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지난 4년간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본 전망과 한국 사회 장애인 인권의 견해를 들어봤다.

장애인 권리’, 보편적이고 적극적인 사회 모두의 고민 돼야

장애인권리위원회의 주요 역할은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것으로, 당사국 보고서 심사와 제안 및 권고를 직접 수행한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한 자리가 바로 장애인권리위원회 위원이다.

김 위원은 “재선의 기쁨 보다는 보람과 의무, 책임이 크다.”며 “장애인 인권 분야의 전문가들과 어깨를 같이 하며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고 그만큼 부담스러운 명예가 따라오기 마련.”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UN 총회에서 채택돼 158개국이 서명하고 147개 당사국이 장애인 권리를 향한 뜻을 같이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나라는 2년 만에 보고서를 제출하고 심의를 받는데, 이때 국가보고서 뿐 아니라 민간보고서를 함께 제출 받게 된다. 정부 차원의 시각과 실제 장애인 당사자가 느끼는 사회를 심의하기 위한 방법이다.

정부 관계자와 민간 관계자를 직접 만나 토론과 질문을 통해 심의결과가 나오면 장애인권리위원회는 권고문을 공개한다. 권고문로 법적 조치가 취해지지는 않지만, 권고문이 홈페이지를 통해 전세계에 공개되면서 국가적으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게 되는 만큼 실질적 강제성을 띄기도 한다.

결국 장애인을 차별하거나 배제하고, 혹은 장애인에게 현실적이지 못한 무늬만 있는 법 또는 제도를 만들었다면 해당 국가는 ‘망신’이라는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것.

지난 4년 간 김 위원 역시 많은 나라들의 보고서를 심의했고,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권 의식이 있는가에 따라 사회 환경과 장애인들이 느끼는 현실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스웨덴이나 호주, 영국 등 복지 선진국은 ‘장애인들의 천국’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보고서를 심의하다 보면 다를 것이 없다. 물론 복지 선진국이라는 이름처럼 사회 환경이 개발도상국들에 비해 많은 부분 마련돼 있다고는 하지만 인권의식이 변하지 않아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한다.

장애인을 복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의료와 재활적 개념의 패러다임이 권리를 중심으로 한 패러다임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의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 나라들도 많다.

장애인권리협약은 한 나라에서 장애인이 존엄한 인간으로써 얼마나 존중 받고 인권을 보호 받는지를 가장 중요시 하고 있다.”

장애인의 권리가 보호된 삶을 위해 접근성과 이동권, 교육권 등 많은 사안들이 있지만 무엇보다 인권과 권리가 중심에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정부와 사회가 장애인의 삶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장애인 권리가 얼마나 바로 섰는지를 알 수 있고, 장애계 뿐 아니라 각계에서 진지한 태도로 장애인권리협약을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김 위원은 강조한다.

김 위원은 “월드컵 기간이 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면 월드컵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장애인 인권과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 속에 보편적인 주제가 됐으면 한다.”며 “사회 안전망을 이야기 하지만 인권 의식이 없다면 그저 종이 위의 제도에 불과한 것처럼, 장애인권리협약이 있지만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어떤 노력도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모두의 관심과 적극적인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국사회 속 장애인들에게 인간적 대우는 없다”

“한국사회 속 장애인들이 얼마나 인간적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나.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사람이지만 떳떳하게 자아실현을 할 수 없는 고달픈 삶이 한국의 장애인의 삶이다.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장애인의 권리를 사회가 깨닫도록 장애계도, 정부도, 학계도, 모든 사회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한국은 2008년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이후 오는 9월 첫 보고서 심의를 받게 된다.

다른 나라들의 보고서에서 보이는 것처럼 한국 역시 정부보고서와 민간보고서 사이에 큰 차이가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많은 장애인 관련법과 제도들이 있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위원 역시 한국 사회 속 장애인 삶이 많은 부분 지적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은 “가장 먼저 장애등급제가 지적 될 것이다. 장애등급제는 한국 뿐 아니라 몇몇 나라에 존재하고 있는데 의료적 기준으로만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 어느 나라든지 문제가 됐다.”며 “더불어 장애인의 법적 권리로 조력 받을 권리와 자기결정권, 활동지원에 대한 권리, 탈시설 등이 꼽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들이 시설에 살고 있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문제로 거론될 것.”이라며 “정부보고서에서는 이런 실질적인 부분은 서술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단체들이 민간보고서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했기를 바란다.”고 말해 현실을 전하는 민간보고서의 의미를 더욱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은 특수교육과 통합교육의 관계에도 한국사회의 인식 변화가 분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수교육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교육 받는 통합교육.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말만 통합교육을 할 뿐 교사에게 인권의식을 교육시키지도 않고 환경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장애인만 데려다 놓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사회통합이라는 것은 과거 장애인을 비장애인처럼 되라고 주입하던 관념과는 달라야 한다.”며 “장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인간으로서 사회에 나와 평범하고 같은 권리를 누리고 살아가는 것이 사회통합의 진정한 의미.”라고 촉구했다.

이어 “장애인 역시 한국의 국민으로 헌법이 보장한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먼저 인식하는 사회, 장애인에게서 ‘장애’를 먼저 보지 않는 사회가 지금 한국에 필요하다.”며 “그것이 장애인권리협약이 말하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인권의식이 바뀌면 사회가 바뀌고 문제가 되는 법과 제도, 정책의 변화가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권문화를 향한 희망, 장애인권리협약에 있다”

김 위원은 장애인권리협약이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 함으로써 모든 인간의 인권이야기를 사회에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위원은 “희망은 장애계에 있다.”며 “장애인들이 누구보다 먼저 장애인권리협약을 이해하고, 이를 전략적 무기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장애계‘만’ 이 아닌, ‘너희들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인권이라 의식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인권차원에서 시민운동을 한다면 보편적 인권 의식과 인권 문화가 뿌리를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활동은 한국사회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도록 한국 장애계와 사회가 역량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못 사는 나라’, ‘전쟁이 있었던 나라’ 라는 인식에서 한국은 경제 발전을 이뤘고, 장애인들의 삶이 과거에 비해 또는 개발도상국들에 비해서는 앞서나가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이 같은 길을 걷고 있거나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해있는 나라들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김 위원은 “지구촌에 10억 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고 그 중 개발도상국에 80%가, 또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6억5,000만 명이 살고 있다고 추정된다. 그리고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비장애인보다는 장애인이 경제사회적으로 열악한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인 권리를 앞세우고 한국 의 경험을 더한다면 무엇보다 값진 교류가 시작될 것.”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이어 “한국사회 속 장애인 권리를 위한 많은 숙제들도 남아있기는 하지만, 더불어 국제협력을 통해 전세계 장애인 권리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역량도 분명히 잠재돼 있다고 본다.”며 “그 시작을 위해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고민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출처 : 웰페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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